정부가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응한 정책을 수립하고, 수립된 정책이 집행되어 실제로 효과가 나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책시차(Policy Lag)’라 한다. 특히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한 주택공급확대와 같은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데 다른 정책보다 장기간의 시차가 필요하다.

13일자 내일신문이 각 정부별로 집권기간 동안의 집값 상승률로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 것은 위에서 말한 부동산 정책의 시차를 염두해 두지 않은 잘못된 평가라 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은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경제여건 변화 등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는 데 신문 기사는 이러한 점도 간과하였다.

예를 들어 6공화국(1988.3~1993.2) 당시에는 3저 호황(1986~1988)으로 통화량 증가율이 20%에서 30%까지 증가하고, 88 서울올림픽 특수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시기였다. 이에 따라 당시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 200만가구 건설(1989), 분양가 원가 연동제(1989), 택지초과소유 부담금 등 토지공개념 3개 법안(1990) 등의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6공화국 정책, 문민정부 들어와서야 효과

하지만, 이같은 정책의 효과는 부동산 정책의 시차(Policy Lag)로 인해 문민정부(1993.3~1998.2)에 들어서야 비로소 효과를 나타냈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문민정부 집권기간에는 별다른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6공화국 당시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인해 집값 상승률이 가장 낮게 되었고 ‘부동산시장 안정기’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국민의 정부(1998.3~2003.2) 들어서는 97년 외환·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지가가 급락함에 따라 부실금융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정부는 실물경기 회복과 건설·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투기억제제도를 폐지하고 분양가 자율화, 주택청약자격 확대, 재당첨 제한폐지 등의 활성화 대책을 추진했다. 국민의 정부 당시 높은 집값 상승률은 이러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 따른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2003.3~2007.8) 들어서 부동산 시장은 국민의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나타나면서 과열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90년대 초반에는 200만 가구 건설로 연평균 6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공급되면서 집값이 장기간 하향 안정세를 보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주택건설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도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참여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과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투명성 제고 △투기억제 △ 공급확대라는 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주택공급확대와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단발성 정책보다 제도개혁에 중점

하지만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즉각적인 시장반응을 유도하는 단발성 정책을 구사하기보다는 실거래 신고제도 도입 등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혁에 중점을 두었기에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가져오는 데는 일정 기간의 시차(Policy Lag)를 필요로 했다.

참여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택지확보의 노력을 살펴 보면, 이러한 정책시차로 인해 주택시장 안정효과는 몇 년뒤에 더욱 뚜렷이 나타나게 됨을 알 수 있다. 참여정부에 들어서 수도권에서 공공택지를 대폭 확대 지정하여 이전 국민의 정부 시기의 2.7배인 연 평균 2869만㎡를 확보하였으나, 택지의 확보와 개발·주택건설에 이르기까지 약 4~5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택지개발에 따른 공급확대의 효과는 금년부터 나타나 다음 정부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추진되어 온 각종 부동산 정책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의 시행효과는 서로 결합되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앞으로 더욱 뚜렷한 효과를 보여 장기적인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를 해석할 때 단순히 현재 상태의 통계 숫자만으로 동태적인 현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언론도 이러한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각 정부별 부동산 정책을 집권 기간의 집값 상승률과 연계하여 단순 평가하기 보다는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 정책시차 등을 고려하여 올바르게 정책평가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건설교통부 박성진 부동산정보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