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가 거대한 공원…이웃과 함께하는 ‘행복도시’

남인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20일 우리나라 국토개발사와 도시개발사에 있어 일대 전환점이 될 행복도시 ‘세종’이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첫 삽을 뜬다.

행복도시 기공식은 전국에서 모여든 균형발전 서포터즈와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는 흥겨운 축제의 한마당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도록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된 1960년대 이후 우리 국토계획의 가장 큰 목표는 ‘국토균형발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산발적이고 미온적인 정책으로 일관하여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계속 심화돼 왔다.

이러한 국가적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수도권은 질적 발전을, 지방에는 역동적인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새로운 국토경영의 패러다임을 추진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서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충남 연기·공주 일원에 건설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이다.


환상형 구조로 삶의질 최우선

그동안 행복도시 건설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목표는 국민에게 ‘전국이 고루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우리 도시가 가진 공간의 질과 도시민이 누리는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도시개념 아이디어 국제공모를 비롯해 다수의 부문별 국제공모전을 통해 세계적인 흐름을 앞서가는 설계안을 마련했고, 환경친화적 개발과 인간중심적 도시 건설을 위해 국내외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참여해 해법을 찾아왔다.

그 해법의 첫 번째가 환상(Ring)형 도시구조다. 근대 이후 도시는 중심부에 주요 기능이 집중된 형태로 발전했다. 이는 도시의 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민의 생활보다 기능성을 최우선한 결과였다. 그러나 행복도시는 환상형 구조를 바탕으로 도시의 주요 기능을 환상형의 대중교통축에 분산 배치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가장 우선하고 있다.

특히 도시 중심부를 시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 도심의 교통체증, 주민 일체감 부족, 비효율적인 토지이용 등 기존 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한다.

또한 토지이용 측면에서도 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친환경생태 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계획 수립 과정에 ‘선 보전, 후 개발’ 원칙을 도입하고, 원형지 개발방식을 도입해 절·성토를 최소화함으로써 환경훼손을 최소화한다.


절반이 녹지인 도시, 행복도시

특히 행복도시는 도시 전체의 52.8%가 녹지 및 친수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으로, 이는 수도권 신도시의 2~3배에 이르며, 외국의 선진도시에 비해서도 그 비율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시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중심부에 7㎢ 규모의 국내 최대 녹지공간을 조성해 외부의 녹지축과 연결함으로써 도시의 녹색심장으로 만들 것이다.

지상 뿐 아니라 행복도시는 건물 옥상에도 자연생태 공간이 조성된다. 도시의 핵심기능을 담당하게 될 중심행정타운은 모든 건물의 옥상을 조경해 자연생태공간으로 조성되고,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같이 평평한 캔버스형 도시공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원인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한편 정부청사는 저층으로 건설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권위주의를 탈피한 민주화된 도시 모습을 선보일 것이다. 정부청사 자체가 행복도시의 랜드마크(Landmark)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렇듯 행복도시는 녹지와 도시의 구분이 없는 도시, 자연과 시민, 그리고 도시가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시민중심의 민주적 도시로 태어날 것이다.


행복도시에서 '이웃'을 다시 찾다

또 하나 행복도시에서 중점을 둔 사항은 ‘이웃’과 ‘공동체’라는 전통 가치다. 우리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전통과 문화를 잃어버렸다. 특히 ‘한 가족’이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가던 ‘이웃’을 잃어버린 채 ‘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행복도시는 그동안 잃어버린 ‘지역 공동체’를 복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구 2~3만 명 규모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그 안에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시설과 병원, 금융기관, 문화센터 등이 들어서는 복합커뮤니티 센터를 설립하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우리가 어렸을 적 주민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던 공간인, ‘동네 사랑방’이나 ‘우물가의 빨래터’와 같은 공간으로, 전통적인 지역공동체 의식을 현대적으로 복원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택도 아파트 위주의 획일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타운하우스(단독주택이나 2~3층짜리 다세대주택이 하나의 출입구를 공유하면서 20~30채씩 묶여 있는 주거 형태), 테라스하우스(구릉지 등 경사지에 주택이 계단모양으로 후퇴하면서 상하로 주택이 겹치는 형식) 등 새로운 주거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해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도시의 틀을 만들고 골격을 세우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도시의 정체성과 자족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행복도시를 도시개발사에 있어 최초의 완벽한 자족도시로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수한 교육환경 조성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인프라와 선진 의료·복지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이 입주하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갈 것이다.


산·학·연 클러스터 '행복밸리', 2030년 세계문화유산 꿈 이룬다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대덕연구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계한 세계적인 산·학·연 클러스터인 '행복밸리'를 구축할 것이다. 이를 통해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도시의 자족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주변 도시들과도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변 지자체와 그 소속 연구기관 등과 합동으로 상생발전 정책연구 용역도 시행 중에 있다.

2030년이면 중부권의 거점도시로서 교육·문화·복지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시민 중심의 행복도시가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도시건설과정에 각계의 전문가 및 국민 참여가 이루어져 국민들 누구나 세종시를 생각할 때마다 자긍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행복청 직원들은 세종 도시가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분야에서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어떤 나무를 어디에 얼마나 심을 것인지, 거리간판의 모양과 규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도시 색채는 어떤 톤이 좋은지, 야간 경관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유네스코는 브라질의 행정수도 브라질리아를 20세기 모더니즘적 도시구조의 전형으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조선 정조 때 만들어진 수원화성이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필자는 행복도시 ‘세종’이 ‘시민중심의 지식기반사회’를 대표하는 새로운 도시의 모델로서 브라질리아나 화성처럼 203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강한 믿음 속에서 미래의 ‘행복한 세종,’ ‘희망의 대한민국’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