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창>종부세 개정요구는 정책일관성 포기 요구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재산세에 대한 개혁이야말로 부동산 정책과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리의 재산세 과세체계는 주택 면적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실제 거래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컨대 시가 2억8000만원짜리 경기도 용인 54평 아파트의 재산세가 33만4000원인 데 비해 시가 5억5000만원짜리 서울 강남 31평 아파트의 재산세는 4만2000원에 불과하다.서울 강남의 주택 소유자들에게 무조건 중과(重課)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비현실적인 세금 체계는 바로잡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주택을 자산 축적의 대상으로 삼는 투기적 수요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조선일보 2002년 9월6일자 '기자수첩'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촉구하는 조선일보 기자수첩

그랬다. 2002년 하반기 부동산 세제 개편안 중 재산세 현실화 등 보유세 강화 부분이 정치 논리에 밀려 슬그머니 후퇴하고 대신 거래세만 확대되자 ‘선진국 세수 체계와는 완전히 거꾸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지방의 넓은 평수 새 아파트의 세금부담액이 강남의 수 억짜리 아파트 보다 많게는 17배나 높은 현실을 놓고 이미 오래전부터 개혁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고급 대형 아파트 보유세 강화를’(세계일보 1999년 6월28일자 12면 칼럼) ‘비싼 집 세금 더 무겁게’(경향신문 2002년 8월29일 2면 사설)….

매년 이런 지적이 이어졌다. ‘강남 4억대 아파트 재산세 중형 승용차 세금의 25%’(서울신문 2002년 8월12일 10면). 같은 날 국민일보는 ‘강남 4억짜리 아파트 재산세 2000cc급 중형승용차의 4분의1’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2003년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을 때 시장은 박수를 쳤다. ‘보유세 중과세 방향 옳다’(한국일보 2003년 11월6일 사설), ‘집값보다 공평한 세금 먼저’(한국일보 2003년 11월6일 칼럼).
중앙일보는 자체 여론조사(중앙일보조인스랜드)를 통해 ‘“多주택자 중과세를”…집값 안정책 설문조사’라는 제목으로 당시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소개하기도 했다.(2003년 10월21일)


조세형평·부동산 세제 합리화의 핵심제도…공감대 속 출발



부동산을 보유하는데 따르는 세금을 현실화하고 비정상적인 세제를 정상으로 돌리는 핵심 제도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이런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합의에서 출발했다.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공감이 제도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 오랜 관행에 따른 저항과 언론들의 변덕, 정치논리의 개입 속에서 숱한 논란과 시행착오로 번번히 좌절을 겪고 나서야 올해 비로소 본격 시행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2004년 말 종부세 입법과정은 경기부양의 유혹과 정치적 계산 등에 정책이 버무러져 일관성을 잃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2003년 10·29대책에서 첫 도입된 종부세는 2004년 말 입법과정에서 주택 과세기준이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되고, 부과기준도 가구별 합산이 아니라 개인별 합산으로 후퇴했다. 또 과세표준도 기준시가의 50%로 조정되고, 세액도 전년에 비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허술한 법이 되자 시장은 이를 즉각 정책후퇴로 받아들였다.


온갖 저항과 좌절, 시행착오 끝에 올해 첫 단추

이처럼 정책후퇴 기대감이 현실화되고, 곧이어 2005년 초 판교신도시 분양과 겹치면서 10·29대책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가격은 다시 폭등했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8·31부동산정책이 나오게 됐다.

8·31부동산정책에서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던 종부세를 본래 목적에 맞는 실효성 있는 세금으로 되돌리는데 주력했다. 과세기준은 다시 6억원으로 강화됐고, 부과기준도 가구별 합산으로 되돌려졌다. 전년도의 1.5배를 못 넘도록 한 세액 상한선도 3배까지로 늘어났다. 올해는 8·31부동산정책에서 강화된 규정에 따라 종부세를 내는 첫 해다.

그런데 우리는 또다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종부세를 흔드는 구태를 목도하고 있다. 지난 수 십년간 불합리한 부동산세제의 정상화를 갈망해 왔고, 지난해 초 종부세 후퇴의 부작용을 경험하고서도 다시 종부세 개정이나 폐지라는 ‘과거로의 회귀’를 서슴치 않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세금은 늘 불평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그 불평이 집단화하고 일부 언론들이 이를 정치화 할 때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언론은 그들의 집단화한 목소리를 중계방송하기 앞서 우리 부동산 세제의 선진화와 조세형평성,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무엇이 대승적인지를 한번 쯤 고민해봐야 한다. ‘종부세 흠집내기’시도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조세 형평성의 정신을 흔들어 사회통합을 해치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주장이다.


비정상적이었던 부동산 세제를 비로소 '정상화'한 것

종부세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많은 세금을 낸다’는 조세형평성의 원리에 부합하는 세금일 뿐 아니라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를 향한 우리사회의 40년 넘는 부동산세제 합리화의 소중한 성과물이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보유세 체계를 정상화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보유세는 강화하는 한편, 거래세는 지속적으로 완화(5%→2%)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비정상적이었던 우리나라 거래세와 보유세 비중을 합리화하는 작업인 것이다.



특히 종부세는 일부 투기꾼만을 지목해서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라, 일정한 가치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납세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해 자신의 재산 규모에 맞게 납부하는 부담이자 나눔이다. 잘 갖춰진 방범 시설, 편리한 도로망 등 교육 환경 교통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쾌적하고 질 좋은 주거 환경과 사회서비스를 누리고, 그로 인해 주택가치가 상승하는 등 납세자가 실제로 향유하고 있는 혜택에 대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기여인 셈이다.


서민·중산층 주택은 종부세 대상 안돼

그 대상자도 전체 주택소유자의 2%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대부분 실거래가 7억~10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소유자나 2주택 이상 다주택 소유자다. 일반 서민 주택과 중산층 주택 보유자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과세 기준인 올 1월1일 공시가격 기준 6억원 이상 주택은 그동안 집 값 상승으로 대부분 7억~10억원을 웃돈다.



사실 고가 아파트의 실제 종부세 부담액은 종부세 강화 첫 해인 올해의 경우 급등한 실제 자산 가치에 비해 미미하다. 실제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6억원 초과분의 1%만 종부세의 과세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7억원의 아파트의 경우 최과분인 1억원을 과세표준으로 세율 70%를 곱하고 여기에 각종 지방세를 모두 공제한 후 54만원만 종부세로 내게 된다.

보유세 개편으로 일부 납세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보유세 체계를 이제야 정상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조세합리화와 조세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높아지면 앞으로 순차적으로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의 체계는 형평성이 차츰 높아지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다.

종부세가 또다시 흔들려서는 안된다. 정책의 신뢰는 흔들림 없는 정책 일관성에서 비롯되며, 일관된 정책을 통해 신뢰를 얻어야만 비로소 부동산시장도 안정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